2026-05-27

[RIMS] 시기적절한 제품 안전 보고의 중요성

— CPSC 집행 강화 시대, 기업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기준


들어가며

제품 안전 이슈를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는 관행은 이제 기업에 치명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문기관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최근 기고문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집행 강화 흐름을 분석하며, 기업이 갖춰야 할 보고 체계와 컴플라이언스 전략을 제시한다.

이번 기고는 미국 로펌 Blank Rome의 전문가 3인이 공동 집필했다. 대규모 불법행위(mass torts) 및 복잡 분쟁 전문 파트너 Terry Henry, 기업 소송 전문 파트너 Lauren O'Donnell, 제품 책임 분야 어소시에이트 Serena Gopal이 그 주인공이다. 제품 책임 소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분석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에 실무적 시사점을 던진다.


1,150만 달러의 교훈 — 시마노 사건

2026년 3월, 자전거 부품 제조사 **시마노(Shimano)**는 결함 있는 크랭크셋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50만 달러의 민사 벌금을 부과받았다. 주목할 점은 벌금의 근거가 '결함 자체'가 아니라 **'보고 지연'**이었다는 사실이다.

시마노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수천 건의 보증 클레임과 부상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2023년 9월 리콜을 발표하기 전까지 CPSC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약 10년에 걸친 침묵의 대가가 천만 달러를 넘는 벌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CPSC는 최근 핏빗(Fitbit), 베스타르(Vestar), 그리(Gree) 등 여러 기업에 고액 벌금과 형사 제재를 잇따라 부과하며 집행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 규정 — CPSA 제15(b)조의 '즉시 보고' 의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법(CPSA) 제15(b)조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 모두에게 다음 정보를 입수한 즉시 CPSC에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 안전 규정 또는 기준 위반
  • 결함으로 인한 상당한 제품 위험
  •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불합리한 위험

여기서 '즉시'의 기준은 엄격하다. CPSC는 이를 24시간 이내 보고로 해석하며, 내부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10영업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결함의 원인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인 규명 후 보고"라는 전통적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함 판단의 3단계 분석 틀

기고문은 기업이 잠재적 안전 이슈를 인지했을 때 적용해야 할 분석 절차를 제시한다.

1단계 — 결함 존재 여부 판단. 결함은 제조·설계·재료·포장·경고문 등 다양한 요소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이 의도대로 설계·제조되었더라도 결함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2단계 — 결함의 '상당한 위험' 평가. 단일 제품의 결함이라도 부상 가능성이 크다면 '중대한 위험'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결함 제품의 수량만으로 위험도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3단계 — 결함이 없어도 보고 검토. 결함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심각한 부상 위험'이 존재하면 보고 대상이 된다. 전문가 의견, 테스트 결과, 소송 정보, 소비자 불만 등 다양한 자료가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실무적 권고사항 —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강화된 집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① 종합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구축.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보증 클레임, 보험 클레임 등 모든 안전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 보고 시점을 놓치게 된다.

② 전담 책임자 지정. CPSA 및 CPSC 규정을 이해하고 CEO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을 지정해야 한다. 보고 결정이 중간 관리 단계에서 지연되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다.

③ 보고 우선주의 채택. 내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제재를 초래할 수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④ 유통망 전체의 독립적 보고 의무 인식. 제조사가 해외에 있더라도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는 각자 독립적인 보고 의무를 진다. "제조사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⑤ 기록 유지 체계 강화.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모든 안전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이는 보고 의무 이행의 근거이자, 향후 분쟁에서의 방어 자료가 된다.


시사점 —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첫째, 제품 안전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이자 '형사 리스크'다. CPSC는 민사·형사 제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품 안전 이슈는 더 이상 품질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법적·평판적 리스크와 직결된다.

둘째,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라'는 규제 철학이 자리 잡았다. CPSC는 기업의 판단 여지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보고를 요구한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후 대응형에서 사전적·예방적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가 필수가 됐다.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소송 정보 등이 모두 결함 판단의 근거가 되는 만큼,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역량이 곧 컴플라이언스 역량이다.

넷째, 공급망 전체의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가 각각 독립적 책임 주체로 간주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보고 체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맺으며

이번 RIMS 기고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속한 보고, 체계적 데이터 관리, 조직적 책임 구조 — 이 세 가지가 제품 안전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이다. 시마노 사건이 보여주듯, 문제는 결함 그 자체보다 결함을 알고도 침묵한 시간에서 비롯된다. 제품 안전은 이제 사후 대응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리스크 관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본 포스트는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Blank Rome 소속 Terry Henry, Lauren O'Donnell, Serena Gopal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2026-05-19

[RIMS] 2026 미국 식품안전 리스크 관리 트렌드 분석

1. RIMS 및 기고자 개요

RIMS(Risk and Insurance Management Society)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 기관이다. 해당 기관이 발행하는 Risk Management Magazine은 산업 전반의 리스크 트렌드, 규제 변화, 보험 시장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는 공신력 있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본 브리프는 Westfield Insurance 소속의 리스크 관리 전문가 2인이 공동 집필한 아티클을 기반으로 한다.

Dave Ruppel: 농업보험 영업 및 언더라이팅 담당 Assistant Vice President

Ben Peetz: 상업용 자산 및 농업 리스크 전문 Risk Control Consultant

두 기고자는 식품·농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풍부한 현장 리스크 컨트롤 경험과 보험 언더라이팅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6년 식품안전 리스크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2. 핵심 리스크 트렌드 요약

(1) 규제 환경의 고도화 및 다변화

지난 10년간 FDA가 발표한 식품·음료 리콜은 900건을 상회한다. 최근 소비자의 우려는 단순 미생물 오염을 넘어 첨가물, 미세플라스틱, 농약 등 화학적 위해요소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여 2024년 출범한 FDA Human Foods Program(HFP)은 2026년 핵심 과제로 미생물 식품안전 강화를 공표했다. 특히 HFP가 주(州) 단위 검사 권한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기업은 지역 규제기관의 감독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 전통적 오염원의 관리 한계

E. coli, Salmonella, Listeria 등의 유해 미생물은 잠복 및 은닉 가능성이 매우 높아 공급망 내에서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표준 제조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감사를 통과한 업체조차도, 배수구 깊숙한 곳에 은닉된 오염원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을 유발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3) 바이오시큐리티 강화와 점검의 디지털화

팬데믹 이후 농업 및 제조 시설의 출입 통제가 대폭 강화되었으며, 내부 직원의 구역별 이동 제한이 표준 운영 절차로 정착되었다. 이처럼 외부 리스크 컨트롤 전문가의 현장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물리적 방문을 대체하는 가상 점검(Virtual Inspection) 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4) PFAS(영구화학물질) 책임 리스크의 부상

환경 잔류성이 극도로 높은 PFAS는 토양, 사료, 지하수 오염을 거쳐 축산물 내에 축적되는 경로를 보인다. 최근 오염된 지하수를 가축에 급여한 낙농가에서 우유의 PFAS 기준치 초과가 검출되어 출하 중단 및 강제 도축으로 이어진 실사례가 발생했다. 리스크가 가시화됨에 따라 다수의 보험사는 일반책임보험(GL)에서 PFAS 관련 배상 책임을 제외하고 있으며, 현재는 별도의 환경책임보험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다.

(5) AI·자동화 기술 도입 가속화와 새로운 취약점

AI 기술은 작물 생육 모니터링, 관개·비료 투입 최적화, 자동 품질검사, 공급망 전반의 가시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동물복지 및 질병관리 영역에서도 센서와 컴퓨터 비전 기반의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어 질병의 조기 예방과 약물 오남용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시스템 오류, 알고리즘 왜곡, 사이버 공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 리스크를 식품안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시켰다.

(6) 제품리콜 보험의 전략적 활용

리콜 사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브랜드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므로, 전문형 제품리콜 보험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리콜 보험은 리콜 공고, 회수·폐기 비용, 대체품 생산, 유통업체 손실 보전, 브랜드 회복 비용까지 폭넓은 영역을 담보한다. 공급망 구조가 복잡한 대형 생산자는 광범위한 리콜 커버리지를 선택해야 하며, 중소기업은 철수 비용(Withdrawal Expense)에 집중된 선택적 보장 설계를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전략적 시사점

'시스템 중심' 안전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FDA HFP의 감독 강화와 주정부의 권한 확대는 단순한 규제 준수(Compliance)를 넘어선 선제적·전사적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을 요구한다. 규제 가이드라인을 상회하는 자체 검증 프로세스 마련이 시급하다.

가상 점검 및 IoT 모니터링의 필수화

바이오시큐리티 강화로 인한 현장 접근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 점검 기술과 IoT 기반의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통제 효율성과 리스크 평가의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대안이 된다.

PFAS에 대한 ESG·재무 리스크 관리 가동

PFAS는 향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복합 리스크다. 기업은 원자재 공급망 검증과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자사 보장 범위에 PFAS 제외 조항이 있는지 보험 계약을 재점검하고 필요 시 환경책임보험을 보완해야 한다.

AI 도입에 따른 사이버·보안 거버넌스 구축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이에 비례하여 기술 취약점도 증가한다. 기술 도입 단계에서부터 보안, 백업 시스템, 정기적인 알고리즘 감사 체계를 함께 통합 구축해야 양날의 검인 기술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

운영 리스크 관리와 보험의 유기적 결합

제품리콜 보험은 재무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후의 방어선일 뿐이다. 근본적인 리콜 규모와 피해를 결정짓는 것은 공급망 내 추적성(Traceability), 정밀한 기록 관리, 협력업체와의 신속한 대응 체계다. 즉, 보험 설계와 내부 운영 시스템의 결합이 완성되어야 완성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4. 결론

2026년의 식품안전 리스크 환경은 규제 고도화, 디지털 기술의 확산, 신종 환경오염 리스크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식품안전이 생산 및 품질관리 부서의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경영, 공급망, 기술, 보험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전략적 통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식품·농업 기업은 단기적 대응에서 벗어나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의 관점에서 식품안전 전략을 전면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XFILE] 안전을 외주화한 기업이 치르는 진짜 비용

위험을 하청에 넘긴 기업은 결국 책임의 부메랑을 맞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재해 비용과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건설사들을 제재했다. 과징금은 총 7억2900만 원, 일부 기업에는 과태료까지 부과됐다.

표면적으로는 하도급법 위반 사건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산업 현장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위험의 외주화'다.

많은 기업들은 생산과 시공은 물론 안전관리의 부담까지 하청업체에 이전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계약서에 몇 줄의 특약을 넣어 산업재해 발생 시의 민·형사상 책임, 산재 처리 비용, 피해자 합의 비용을 하청업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도, 경영적으로도 위험은 계약서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위험은 전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책임은 완전히 이전되지 않는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체계는 원청의 관리 책임을 매우 무겁게 바라본다.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계약 문구와 무관하게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계약서상의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 시 법원과 감독기관 앞에서 기대만큼 강력한 방패가 되지 못한다.

이번 공정위 제재가 기업들에게 던지는 경고는 단순한 과징금 규모를 넘어선다.

첫째, 직접적인 재무 손실이다.

과징금과 과태료는 즉시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그러나 진짜 비용은 그 뒤에 숨어 있다. 법률 자문 비용, 행정 대응 비용, 민사소송 비용, 노사 갈등 비용, 공기 지연 비용, 고객 신뢰 하락에 따른 영업 손실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제적 손실은 행정처분 금액을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

ESG 평가기관의 평가 하락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투자자들은 안전사고와 공정거래 위반을 단순한 준법 이슈가 아니라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실패의 신호로 해석한다. 안전 리스크는 이제 재무 리스크이며 투자 리스크다.

둘째, 경영진 개인의 책임 문제다.

과거에는 법인에 대한 과태료나 벌금 부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규제 환경은 다르다. 기업의 법 위반이 반복되거나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책임의 화살은 경영진을 향한다.

  • 이사회는 적절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는가.
  •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는가.
  • 최고경영진은 하도급 계약의 불공정 요소를 인지하고 시정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경영 실패의 책임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실제로 글로벌 자본시장은 안전과 준법 실패를 단순한 운영상의 실수가 아니라 경영진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사의 감시의무와 내부통제 의무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임원 인사조치와 보상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연임 실패나 경영진 교체 논의로 발전할 수 있다.

셋째, 주주대표소송 리스크의 확대다.

주주들은 기업가치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경영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과거에는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주된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안전사고, 환경오염, 공정거래 위반 등 ESG 이슈가 새로운 소송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복적인 법 위반으로 과징금이 누적되거나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면 주주들은 "예방 가능한 위험을 방치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논리로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안전과 컴플라이언스 실패가 이사 책임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국내 자본시장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넷째, 공급망 전체의 안전 역량이 약화된다.

원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부담을 하청에 떠넘기면 가장 먼저 훼손되는 것은 현장의 안전 투자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협력사는 안전설비와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기 어렵다.

그 결과는 사고 확률 증가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면 생산 중단, 공기 지연, 평판 하락, 행정처분, 형사처벌이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개별 기업의 문제가 공급망 전체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이다.

현대 기업의 경쟁력은 비용 절감 능력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능력에서 나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의 안전은 선택적 비용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필수 인프라다. 안전을 비용으로 보는 기업은 단기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전을 투자로 보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위험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사라지지 않는다.

위험은 관리될 뿐이다.

그리고 관리되지 않은 위험은 언젠가 훨씬 더 큰 비용과 책임의 형태로 기업 앞에 돌아온다.

안전을 하청에 넘기는 순간, 기업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리스크를 미래로 이연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