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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5

[TNOTE] AI 시대, 벌써 ‘중독 책임’이 걱정되는 이유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많은 기술을 발명했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고, 전기는 밤을 낮으로 바꾸었으며, 인터넷은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이제 생성형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과 감정의 영역에까지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의 위험은 대개 기술 그 자체보다 인간의 욕망과 결합할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담배의 위험은 단지 니코틴이라는 화학물질 때문만이 아니었다. 인간의 스트레스와 습관, 사회적 관계가 니코틴과 결합하면서 중독이 탄생했다. 도박 역시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불확실한 보상에 대한 인간의 본능이 결합되면서 산업이 되었다.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였다. 좋아요와 알림은 인간의 사회적 인정 욕구를 정교하게 자극하며 수십억 명의 시간을 플랫폼 안에 붙잡아 두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생성형 AI 앞에 서 있다.

아직 AI 중독은 의학적으로 공식 분류된 질환이 아니다. 연구자들 역시 ‘중독(addiction)’보다 ‘문제적 사용(problematic use)’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칭의 차이가 위험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많은 위험은 이름이 붙기 전에 먼저 사회에 나타났다.

AI는 이전의 디지털 서비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가진다.

검색엔진은 정보를 제공했지만 감정을 교류하지 않았다. SNS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했지만 관계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는 다르다. AI는 대화하고, 공감하며, 칭찬하고, 조언한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상담자처럼, 때로는 스승처럼 행동한다.

인간의 뇌는 상대가 실재 인간인지 기계인지 완벽하게 구분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반복적 상호작용과 정서적 반응이 축적되면 인간은 대상에 애착을 형성한다. 어린아이가 인형에 감정을 이입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가상의 캐릭터에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AI는 이 메커니즘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AI는 피곤하지 않는다. 화내지 않는다. 비난하지 않는다. 언제나 응답한다. 사용자가 원하면 새벽 두 시에도, 외로운 밤에도, 실패한 순간에도 곁에 있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상호 책임과 갈등, 양보와 인내를 요구하지만 AI와의 관계는 놀라울 만큼 비용이 낮다.

문제는 인간이 종종 진실한 관계보다 편안한 관계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만약 한 사람이 현실의 인간보다 AI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면, 그 변화는 단순한 기술 사용의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회적 구조와 정체성의 변화일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일부 사용자들은 챗봇에 정서적 의존을 보이거나, 반복적 대화에 강박적으로 몰입하거나, 현실 인간관계보다 AI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모든 거대한 사회 변화는 언제나 작은 신호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만약 AI 사용이 인간의 정신 건강이나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첫째, 사용자의 책임이 있다.

모든 기술은 인간의 선택을 통해 사용된다.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사용하는 것도, AI와 과도하게 대화하는 것도 결국 개인의 행위다. 절제와 자기통제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는 개인 책임론의 한계 역시 보여준다.

흡연 문제를 “의지가 약한 사람의 문제”라고만 규정했다면 오늘날의 금연 정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음주 문제 역시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과 설계의 영향을 받는다.

둘째, 플랫폼 기업의 책임이 있다.

빅테크 기업은 누구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다. 어떤 기능이 사용 시간을 늘리는지, 어떤 알고리즘이 반복 사용을 유발하는지, 어떤 상호작용이 정서적 의존을 강화하는지 가장 잘 아는 주체 역시 기업이다.

문제는 경제적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 수익 모델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과 참여도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사용 시간이 곧 광고 수익과 구독 수익,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진다. 사용자 복지와 기업 이익이 항상 일치한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 담배 산업은 니코틴의 중독성을 축소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AI 산업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부와 규제기관의 책임이 있다.

규제는 혁신의 적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이다. 자동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교통법규와 안전벨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 역시 규제가 있었기에 신뢰가 유지되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위험 고지, 연령 제한, 사용 시간 알림, 알고리즘 투명성, 독립적 감사를 포함한 새로운 규범이 필요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통해 공동 대응했던 것처럼, AI 역시 국경을 넘어선 협력 체계가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학계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술의 속도는 빠르지만 사회의 이해는 늘 느리다. 연구는 위험을 측정하고, 시민사회는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언론은 조기 경보 장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결국 AI 중독 논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질문이다.

우리는 왜 기계와 대화하는가.
왜 인간보다 기계를 더 편안하게 느끼는가.
왜 외로움은 기술의 가장 거대한 시장이 되는가.

21세기의 가장 희귀한 자원은 석유도, 반도체도 아니다. 인간의 주의(attention)와 감정(emotion)이다. 그리고 AI는 그 두 자원을 다루는 최초의 범용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도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도구가 인간의 행동과 감정, 사고방식까지 설계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증기기관에는 안전밸브가 있었고, 자동차에는 브레이크가 있었으며, 원자력에는 격납용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 작동하는 AI에는 어떤 안전장치가 필요한가.

아직 우리는 그 답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AI 시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인간이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의 시간과 주의, 감정과 관계를 기꺼이 기계에 위탁하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의 문제가 된다. 


2026-05-27

[RIMS] 시기적절한 제품 안전 보고의 중요성

— CPSC 집행 강화 시대, 기업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기준


들어가며

제품 안전 이슈를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는 관행은 이제 기업에 치명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문기관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최근 기고문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집행 강화 흐름을 분석하며, 기업이 갖춰야 할 보고 체계와 컴플라이언스 전략을 제시한다.

이번 기고는 미국 로펌 Blank Rome의 전문가 3인이 공동 집필했다. 대규모 불법행위(mass torts) 및 복잡 분쟁 전문 파트너 Terry Henry, 기업 소송 전문 파트너 Lauren O'Donnell, 제품 책임 분야 어소시에이트 Serena Gopal이 그 주인공이다. 제품 책임 소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분석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에 실무적 시사점을 던진다.


1,150만 달러의 교훈 — 시마노 사건

2026년 3월, 자전거 부품 제조사 **시마노(Shimano)**는 결함 있는 크랭크셋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50만 달러의 민사 벌금을 부과받았다. 주목할 점은 벌금의 근거가 '결함 자체'가 아니라 **'보고 지연'**이었다는 사실이다.

시마노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수천 건의 보증 클레임과 부상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2023년 9월 리콜을 발표하기 전까지 CPSC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약 10년에 걸친 침묵의 대가가 천만 달러를 넘는 벌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CPSC는 최근 핏빗(Fitbit), 베스타르(Vestar), 그리(Gree) 등 여러 기업에 고액 벌금과 형사 제재를 잇따라 부과하며 집행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 규정 — CPSA 제15(b)조의 '즉시 보고' 의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법(CPSA) 제15(b)조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 모두에게 다음 정보를 입수한 즉시 CPSC에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 안전 규정 또는 기준 위반
  • 결함으로 인한 상당한 제품 위험
  •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불합리한 위험

여기서 '즉시'의 기준은 엄격하다. CPSC는 이를 24시간 이내 보고로 해석하며, 내부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10영업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결함의 원인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인 규명 후 보고"라는 전통적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함 판단의 3단계 분석 틀

기고문은 기업이 잠재적 안전 이슈를 인지했을 때 적용해야 할 분석 절차를 제시한다.

1단계 — 결함 존재 여부 판단. 결함은 제조·설계·재료·포장·경고문 등 다양한 요소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이 의도대로 설계·제조되었더라도 결함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2단계 — 결함의 '상당한 위험' 평가. 단일 제품의 결함이라도 부상 가능성이 크다면 '중대한 위험'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결함 제품의 수량만으로 위험도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3단계 — 결함이 없어도 보고 검토. 결함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심각한 부상 위험'이 존재하면 보고 대상이 된다. 전문가 의견, 테스트 결과, 소송 정보, 소비자 불만 등 다양한 자료가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실무적 권고사항 —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강화된 집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① 종합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구축.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보증 클레임, 보험 클레임 등 모든 안전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 보고 시점을 놓치게 된다.

② 전담 책임자 지정. CPSA 및 CPSC 규정을 이해하고 CEO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을 지정해야 한다. 보고 결정이 중간 관리 단계에서 지연되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다.

③ 보고 우선주의 채택. 내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제재를 초래할 수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④ 유통망 전체의 독립적 보고 의무 인식. 제조사가 해외에 있더라도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는 각자 독립적인 보고 의무를 진다. "제조사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⑤ 기록 유지 체계 강화.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모든 안전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이는 보고 의무 이행의 근거이자, 향후 분쟁에서의 방어 자료가 된다.


시사점 —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첫째, 제품 안전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이자 '형사 리스크'다. CPSC는 민사·형사 제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품 안전 이슈는 더 이상 품질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법적·평판적 리스크와 직결된다.

둘째,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라'는 규제 철학이 자리 잡았다. CPSC는 기업의 판단 여지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보고를 요구한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후 대응형에서 사전적·예방적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가 필수가 됐다.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소송 정보 등이 모두 결함 판단의 근거가 되는 만큼,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역량이 곧 컴플라이언스 역량이다.

넷째, 공급망 전체의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가 각각 독립적 책임 주체로 간주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보고 체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맺으며

이번 RIMS 기고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속한 보고, 체계적 데이터 관리, 조직적 책임 구조 — 이 세 가지가 제품 안전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이다. 시마노 사건이 보여주듯, 문제는 결함 그 자체보다 결함을 알고도 침묵한 시간에서 비롯된다. 제품 안전은 이제 사후 대응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리스크 관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본 포스트는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Blank Rome 소속 Terry Henry, Lauren O'Donnell, Serena Gopal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2026-05-19

[RIMS] 2026 미국 식품안전 리스크 관리 트렌드 분석

1. RIMS 및 기고자 개요

RIMS(Risk and Insurance Management Society)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 기관이다. 해당 기관이 발행하는 Risk Management Magazine은 산업 전반의 리스크 트렌드, 규제 변화, 보험 시장의 핵심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는 공신력 있는 매체로 평가받는다.

본 브리프는 Westfield Insurance 소속의 리스크 관리 전문가 2인이 공동 집필한 아티클을 기반으로 한다.

Dave Ruppel: 농업보험 영업 및 언더라이팅 담당 Assistant Vice President

Ben Peetz: 상업용 자산 및 농업 리스크 전문 Risk Control Consultant

두 기고자는 식품·농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풍부한 현장 리스크 컨트롤 경험과 보험 언더라이팅 전문성을 바탕으로, 2026년 식품안전 리스크의 구조적 변화와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2. 핵심 리스크 트렌드 요약

(1) 규제 환경의 고도화 및 다변화

지난 10년간 FDA가 발표한 식품·음료 리콜은 900건을 상회한다. 최근 소비자의 우려는 단순 미생물 오염을 넘어 첨가물, 미세플라스틱, 농약 등 화학적 위해요소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여 2024년 출범한 FDA Human Foods Program(HFP)은 2026년 핵심 과제로 미생물 식품안전 강화를 공표했다. 특히 HFP가 주(州) 단위 검사 권한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기업은 지역 규제기관의 감독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 전통적 오염원의 관리 한계

E. coli, Salmonella, Listeria 등의 유해 미생물은 잠복 및 은닉 가능성이 매우 높아 공급망 내에서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표준 제조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고 외부 전문 기관의 감사를 통과한 업체조차도, 배수구 깊숙한 곳에 은닉된 오염원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을 유발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3) 바이오시큐리티 강화와 점검의 디지털화

팬데믹 이후 농업 및 제조 시설의 출입 통제가 대폭 강화되었으며, 내부 직원의 구역별 이동 제한이 표준 운영 절차로 정착되었다. 이처럼 외부 리스크 컨트롤 전문가의 현장 접근이 제한됨에 따라, 물리적 방문을 대체하는 가상 점검(Virtual Inspection) 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4) PFAS(영구화학물질) 책임 리스크의 부상

환경 잔류성이 극도로 높은 PFAS는 토양, 사료, 지하수 오염을 거쳐 축산물 내에 축적되는 경로를 보인다. 최근 오염된 지하수를 가축에 급여한 낙농가에서 우유의 PFAS 기준치 초과가 검출되어 출하 중단 및 강제 도축으로 이어진 실사례가 발생했다. 리스크가 가시화됨에 따라 다수의 보험사는 일반책임보험(GL)에서 PFAS 관련 배상 책임을 제외하고 있으며, 현재는 별도의 환경책임보험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다.

(5) AI·자동화 기술 도입 가속화와 새로운 취약점

AI 기술은 작물 생육 모니터링, 관개·비료 투입 최적화, 자동 품질검사, 공급망 전반의 가시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동물복지 및 질병관리 영역에서도 센서와 컴퓨터 비전 기반의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되어 질병의 조기 예방과 약물 오남용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시스템 오류, 알고리즘 왜곡, 사이버 공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 리스크를 식품안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시켰다.

(6) 제품리콜 보험의 전략적 활용

리콜 사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브랜드 평판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므로, 전문형 제품리콜 보험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리콜 보험은 리콜 공고, 회수·폐기 비용, 대체품 생산, 유통업체 손실 보전, 브랜드 회복 비용까지 폭넓은 영역을 담보한다. 공급망 구조가 복잡한 대형 생산자는 광범위한 리콜 커버리지를 선택해야 하며, 중소기업은 철수 비용(Withdrawal Expense)에 집중된 선택적 보장 설계를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전략적 시사점

'시스템 중심' 안전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

FDA HFP의 감독 강화와 주정부의 권한 확대는 단순한 규제 준수(Compliance)를 넘어선 선제적·전사적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을 요구한다. 규제 가이드라인을 상회하는 자체 검증 프로세스 마련이 시급하다.

가상 점검 및 IoT 모니터링의 필수화

바이오시큐리티 강화로 인한 현장 접근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 점검 기술과 IoT 기반의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는 통제 효율성과 리스크 평가의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대안이 된다.

PFAS에 대한 ESG·재무 리스크 관리 가동

PFAS는 향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복합 리스크다. 기업은 원자재 공급망 검증과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자사 보장 범위에 PFAS 제외 조항이 있는지 보험 계약을 재점검하고 필요 시 환경책임보험을 보완해야 한다.

AI 도입에 따른 사이버·보안 거버넌스 구축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이에 비례하여 기술 취약점도 증가한다. 기술 도입 단계에서부터 보안, 백업 시스템, 정기적인 알고리즘 감사 체계를 함께 통합 구축해야 양날의 검인 기술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

운영 리스크 관리와 보험의 유기적 결합

제품리콜 보험은 재무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후의 방어선일 뿐이다. 근본적인 리콜 규모와 피해를 결정짓는 것은 공급망 내 추적성(Traceability), 정밀한 기록 관리, 협력업체와의 신속한 대응 체계다. 즉, 보험 설계와 내부 운영 시스템의 결합이 완성되어야 완성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4. 결론

2026년의 식품안전 리스크 환경은 규제 고도화, 디지털 기술의 확산, 신종 환경오염 리스크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과거 식품안전이 생산 및 품질관리 부서의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경영, 공급망, 기술, 보험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전략적 통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식품·농업 기업은 단기적 대응에서 벗어나 전사적 리스크 관리(ERM)의 관점에서 식품안전 전략을 전면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2026-05-07

[XFILE] 소셜 미디어 중독 소송이 바꾸는 보험의 미래

한때 기술기업의 혁신으로 여겨졌던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이 이제는 법정에서 ‘중독성 설계(addictive design)’라는 이름으로 심판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판결이 던지는 더 큰 질문은 플랫폼의 책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바로 보험이다.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이 메타와 유튜브의 중독성 설계 책임을 일부 인정한 데 이어, 델라웨어 법원의 Hartford v. Instagram LLC 판결은 또 하나의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법원은 중독 관련 청구가 단순 과실이 아니라 ‘의도된 행위(intentional conduct)’에 가깝다고 판단하며 보험사의 방어비용 지급 거절을 인정했다.

이는 단순한 한 건의 보험 분쟁이 아니다. 만약 이 법리가 확정된다면 Hartford, Chubb 등 다수 보험사는 소셜 미디어 중독 소송에서 방어비 지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이전에 막대한 소송비용 자체를 부담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위험의 확산성이다. 오늘의 대상은 소셜 미디어지만, 내일은 게임,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핀테크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알고리즘 추천, 푸시 알림, 루트박스, 출석 보상, 개인화 추천 시스템은 모두 사용자의 체류시간과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기능들이다. 수익 모델의 핵심이었던 ‘참여 유도’가 어느 순간 ‘중독 유발’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보험업계에도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통적인 CGL(Commercial General Liability) 보험은 우발적 사고를 전제로 설계됐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우발이 아니라 설계의 산물이다. 보험사는 앞으로 ‘예상되거나 의도된 손해(Expected or Intended Injury)’ 제외 조항을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직면할 리스크는 세 가지다.

첫째, 보험사의 방어비 지급 거절이다.
둘째, 이미 지급된 방어비의 환수(clawback) 요구다.
셋째, 소송 초기 단계부터 기업 자금으로 방어해야 하는 유동성 리스크다.

특히 성장기업과 플랫폼 기업에게는 법률 리스크가 곧 재무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보험의 존재를 전제로 한 리스크 관리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기업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제품은 안전한가?”를 넘어 “우리의 설계는 중독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은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

  • 보험 약관의 의도적 행위·예상 손해·제품 관련 제외 조항 전면 검토

  • 보장 분쟁 발생 시 대응 프로토콜 구축

  • 초기 방어비용 자체 조달 계획 수립

  • 보험사 및 브로커와의 사전 협의 강화

  • 법무·리스크·재무 조직 간 통합 거버넌스 구축

과거 산업재해가 안전관리의 영역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중독 리스크는 제품 설계와 알고리즘 거버넌스의 영역이 되고 있다.

보험은 위험을 이전하는 장치이지만, 모든 위험을 이전할 수는 없다. 기술이 인간의 행동을 설계하기 시작한 순간, 보험의 경계 또한 다시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