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2

[RIMS] 해외 분쟁이 노동력 리스크가 될 때

원문: Daniel Stander, "When Conflict Abroad Becomes a Workforce Risk," Risk Management Magazine, 2026년 6월 5일 분야: 지정학 리스크 · 인사(HR) · 컴플라이언스 · 위기관리


한눈에 보기

해외에서 발생하는 무력 분쟁은 더 이상 다국적 기업만의 '외부 변수'가 아니다. 직원의 안전과 이동성, 정서적 부담, 업무 연속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인력(Workforce) 리스크로 다뤄야 한다. 피해 지역에 사무소가 없는 기업이라도 출장, 고객 업무, 직원의 가족·민족적 연계,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폭력 보도 등을 통해 영향권에 들어간다.


1. 분쟁은 곧바로 '직장 문제'가 된다

우크라이나, 이란 등 최근의 분쟁 사례는 지정학적 갈등이 조직 내부로 얼마나 빠르게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직원이 분쟁 지역에 체류 중이거나 출장 중일 수 있고, 영공 폐쇄와 교통 중단으로 고립될 수도 있다. 이 충격은 출석률, 직원 복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며, 내부 커뮤니케이션 부담과 동료 간 긴장이라는 조직 차원의 문제로 확산된다.

시사점: 분쟁 모니터링을 대외 리스크 부서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HR·법무·보안 기능이 함께 보는 통합 관점이 필요하다.

2. 고용주의 핵심 의무 — 여행·안전 리스크 관리

고용주는 예견 가능한 위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위기가 터진 뒤에 움직이면 늦다. 분쟁 발생 이전부터 갖춰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위험 지역 출장 승인 절차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출처
  • 비상 상황 시 직원 지원 체계와 대피 계획
  • 핵심 인력이 동일 위험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집중(concentration) 리스크 관리

3.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에 대한 지원

분쟁은 직원에게 불안과 피로, 가족 돌봄 부담의 증가를 가져온다. 자비 휴가, 유연 근무, 원격 근무, 건강·심리 지원 등 다양한 요청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선의의 단기적 배려 — 예컨대 제3국에서의 장기 원격근무 허용 — 가 이민, 세금, 고용법상 의무라는 새로운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적 대응과 법적 리스크 검토를 병행하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4. 직장 내 긴장과 평판 리스크

국제 분쟁은 직원 간 의견 충돌, 사내 메신저상의 갈등, 소셜 미디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종교, 국적, 정체성과 연결된 민감한 신념이 얽히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조직에 요구되는 것은 사안별 임기응변이 아니라 일관된 기준이다. 명확한 행동 정책, 적절한 개입 기준, 에스컬레이션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 두어야 어느 한쪽에 치우쳤다는 비판과 평판 손상을 피할 수 있다.

5. 결국 승부는 '사전 대비'에서 갈린다

위기 대응력이 높은 조직의 공통점은 분쟁 발생 전에 이미 다음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 출장·여행 프로토콜과 에스컬레이션 경로
  • 내부 커뮤니케이션 원칙과 직원 지원 체계
  • 이민·세금·제재·보험·데이터 보호 등 준법 리스크별 책임 소재의 사전 지정
  • 분쟁이 없는 평시에도 지정학적 변화가 인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정기 분석

결론

해외 분쟁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인력·운영·거버넌스 전반을 관통하는 경영 리스크다. 잘 대응한 조직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직원과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지키지만, 잘못 대응하면 그 여파는 위기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다. 핵심 질문은 "우리 회사가 분쟁 지역에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직원이 어떤 경로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는가"**이다.


본 브리프는 Risk Management Magazine 기고문(2026.6.5)을 요약·재구성한 것이다.


2026-06-05

[KFPA] 전선 접속 불량, 관행이 부른 공장 화재

— 한국화재보험협회 웹진 115호 기사 소개

전기 작업 현장에서 전선 두 가닥을 손으로 꼬아 잇고 테이프로 마감하는 방식은 흔히 통용되는 관행이다. 그러나 이 사소해 보이는 작업 습관이 화재의 직접적 발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KFPA) 웹진 115호(2026년 5월)에 게재된 **「전선 접속 불량에 의한 화재사례 및 예방대책」**은 바로 이 관행의 위험성을 실제 화재 조사 사례를 통해 규명한 글이다. 기고자는 방재시험연구원 화재조사센터의 도승용 연구원으로, 전기화재 현장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접촉불량의 발화 메커니즘, 실제 사례 분석, 예방 대책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접촉불량이 화재로 이어지는 메커니즘

기사는 전선을 "현대문명의 혈관"에 비유하며, 전선 접속이 전기 작업의 가장 기본적인 공정임을 전제로 논의를 시작한다.

접속이 불완전하면 접속 부위의 접촉단면적이 감소하고, 좁아진 통로로 전자가 집중되면서 접촉저항이 증가한다. 전자 간 충돌과 마찰이 늘어나 발열량이 급증하는 구조다. 기사는 이를 두 개의 도로가 하나로 합쳐지며 차량이 몰려 사고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비유해 설명하고, 줄(Joule)의 법칙을 통해 저항 증가와 발열량의 관계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구리 도체가 과열될 때 생성되는 아산화동(Cu₂O)의 특성 — 온도가 오를수록 전기저항이 오히려 감소해 전류가 집중되는 성질 — 이 발열을 가속하는 악순환을 형성하며, 결국 전선 피복이 인화점에 도달해 화재로 이어진다.

특히 이사 시 전선을 절단했다가 재접속하는 일이 잦은 에어컨에서 접촉불량 화재가 빈발한다는 지적은 산업 현장뿐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도 유효한 경고다.

사례 분석: 남양주 플라스틱 사출공장 화재

기사의 중심은 2024년 1월 26일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플라스틱 사출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분석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심하게 연소된 사출기의 가열 실린더 밴드히터 전원선에서 아크흔이 발견되었는데, 해당 전원선은 접속기구 없이 직접 꼬아 접속된 상태였다. 장력·자중·미세진동에 의해 접속부가 점차 헐거워지면서 접촉불량 → 과열 → 아크 발생 → 화재로 진행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발화하지 않은 나머지 사출기 3대에서도 동일하게 꼬아 접속된 전원선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다. 화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공장 전반에 자리 잡은 작업 관행의 결과였던 셈이다.

차단기로 막을 수 없는 위험 — 여섯 가지 접속 수칙

기사에서 가장 무게 있는 경고는 접촉불량에 의한 발열을 과전류 차단기나 누전 차단기로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안전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인 만큼, 처음부터 올바르게 접속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기고자가 제안하는 수칙은 다음과 같다.

  1. 전선 간 접속을 최소화하여 접속 부위 자체를 줄일 것
  2. 전선 강도를 80% 이상 유지할 것 (20% 이상 감소 금지)
  3. 와이어 커넥터, 슬리브 등 접속기구를 사용하거나 납땜할 것
  4. 장력·미세진동 등 외부 변수가 미치지 않는 장소에서 접속할 것
  5. 접속점의 전기저항이 증가하지 않도록 할 것
  6. 접속부는 절연전선의 절연물과 동등 이상의 절연효력이 있는 재료로 충분히 피복할 것

연구의 의의

이 글은 화재 조사 보고서의 엄밀성과 해설 기사의 가독성을 겸비했다. 절연전선·케이블·코드의 구분, 직접 접속이 가능한 조합과 접속기구가 필수인 조합을 정리한 기준표, 현장 사진 15장으로 발화 지점을 추적하는 분석 과정까지 — 산업 현장 실무자는 물론 일반 독자에게도 실질적 참고가 되는 내용이다. "전기 안전의 기본은 정확한 접속"이라는 메시지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사례 연구로서 일독을 권한다.

👉 원문: 전선 접속 불량에 의한 화재사례 및 예방대책 — KFPA 웹진 115호

출처: 한국화재보험협회(KFPA) 웹진 115호, 「화재원인 조사 실무」 코너, 도승용(방재시험연구원 화재조사센터)


2026-05-27

[RIMS] 시기적절한 제품 안전 보고의 중요성

— CPSC 집행 강화 시대, 기업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기준


들어가며

제품 안전 이슈를 "내부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는 관행은 이제 기업에 치명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 관리 전문기관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최근 기고문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집행 강화 흐름을 분석하며, 기업이 갖춰야 할 보고 체계와 컴플라이언스 전략을 제시한다.

이번 기고는 미국 로펌 Blank Rome의 전문가 3인이 공동 집필했다. 대규모 불법행위(mass torts) 및 복잡 분쟁 전문 파트너 Terry Henry, 기업 소송 전문 파트너 Lauren O'Donnell, 제품 책임 분야 어소시에이트 Serena Gopal이 그 주인공이다. 제품 책임 소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분석은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에 실무적 시사점을 던진다.


1,150만 달러의 교훈 — 시마노 사건

2026년 3월, 자전거 부품 제조사 **시마노(Shimano)**는 결함 있는 크랭크셋을 제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50만 달러의 민사 벌금을 부과받았다. 주목할 점은 벌금의 근거가 '결함 자체'가 아니라 **'보고 지연'**이었다는 사실이다.

시마노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수천 건의 보증 클레임과 부상 사례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2023년 9월 리콜을 발표하기 전까지 CPSC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약 10년에 걸친 침묵의 대가가 천만 달러를 넘는 벌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CPSC는 최근 핏빗(Fitbit), 베스타르(Vestar), 그리(Gree) 등 여러 기업에 고액 벌금과 형사 제재를 잇따라 부과하며 집행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핵심 규정 — CPSA 제15(b)조의 '즉시 보고' 의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법(CPSA) 제15(b)조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 모두에게 다음 정보를 입수한 즉시 CPSC에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 안전 규정 또는 기준 위반
  • 결함으로 인한 상당한 제품 위험
  •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의 불합리한 위험

여기서 '즉시'의 기준은 엄격하다. CPSC는 이를 24시간 이내 보고로 해석하며, 내부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10영업일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결함의 원인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인 규명 후 보고"라는 전통적 접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결함 판단의 3단계 분석 틀

기고문은 기업이 잠재적 안전 이슈를 인지했을 때 적용해야 할 분석 절차를 제시한다.

1단계 — 결함 존재 여부 판단. 결함은 제조·설계·재료·포장·경고문 등 다양한 요소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이 의도대로 설계·제조되었더라도 결함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2단계 — 결함의 '상당한 위험' 평가. 단일 제품의 결함이라도 부상 가능성이 크다면 '중대한 위험'으로 판단될 수 있다. 결함 제품의 수량만으로 위험도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

3단계 — 결함이 없어도 보고 검토. 결함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심각한 부상 위험'이 존재하면 보고 대상이 된다. 전문가 의견, 테스트 결과, 소송 정보, 소비자 불만 등 다양한 자료가 판단 근거로 활용된다.


실무적 권고사항 —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강화된 집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치를 제안한다.

① 종합적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구축.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보증 클레임, 보험 클레임 등 모든 안전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조직 곳곳에 흩어져 있으면 보고 시점을 놓치게 된다.

② 전담 책임자 지정. CPSA 및 CPSC 규정을 이해하고 CEO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인물을 지정해야 한다. 보고 결정이 중간 관리 단계에서 지연되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다.

③ 보고 우선주의 채택. 내부 조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제재를 초래할 수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④ 유통망 전체의 독립적 보고 의무 인식. 제조사가 해외에 있더라도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는 각자 독립적인 보고 의무를 진다. "제조사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태도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⑤ 기록 유지 체계 강화. 제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모든 안전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이는 보고 의무 이행의 근거이자, 향후 분쟁에서의 방어 자료가 된다.


시사점 —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네 가지

첫째, 제품 안전 리스크는 '규제 리스크'이자 '형사 리스크'다. CPSC는 민사·형사 제재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품 안전 이슈는 더 이상 품질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법적·평판적 리스크와 직결된다.

둘째, '의심스러울 때는 보고하라'는 규제 철학이 자리 잡았다. CPSC는 기업의 판단 여지를 최소화하고 선제적 보고를 요구한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후 대응형에서 사전적·예방적 구조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체계가 필수가 됐다. 소비자 불만, 품질 데이터, 소송 정보 등이 모두 결함 판단의 근거가 되는 만큼,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역량이 곧 컴플라이언스 역량이다.

넷째, 공급망 전체의 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수입업자·유통업자·소매업자가 각각 독립적 책임 주체로 간주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보고 체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게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맺으며

이번 RIMS 기고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속한 보고, 체계적 데이터 관리, 조직적 책임 구조 — 이 세 가지가 제품 안전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이다. 시마노 사건이 보여주듯, 문제는 결함 그 자체보다 결함을 알고도 침묵한 시간에서 비롯된다. 제품 안전은 이제 사후 대응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리스크 관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본 포스트는 RIMS(Risk Management Society)에 게재된 Blank Rome 소속 Terry Henry, Lauren O'Donnell, Serena Gopal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